첫 직장에 들어가면 실력으로 평가받을 거라 생각합니다. 반은 맞습니다. 나머지 반은 다른 것들이고, 그 다른 것들이 6개월 뒤 평판을 만듭니다.
여기 적은 것은 실력과 별개로 매일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일정, 질문 시점, 파일 정리, 피드백을 받는 태도입니다.

속도보다 예측 가능성입니다
신입에게 빠른 작업을 기대하는 팀은 거의 없습니다. 대신 언제 끝나는지 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세 시간이면 된다고 말하고 이틀이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틀 걸린다고 말하고 이틀에 끝내는 쪽이 훨씬 편합니다. 일정은 개인 일이 아니라 뒤 공정 전체에 연결되니까요.
예측 가능성은 추정을 잘한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일정이 흔들릴 것 같으면 흔들리기 전에 말하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그래서 견적을 낼 때 넉넉히 부르는 게 요령이 아니라 기본입니다.
넉넉히 부른 일정이 남으면 그 시간에 마감을 올리면 됩니다. 모자란 일정은 뒤 공정 전체를 밀어냅니다.
막혔을 때 언제 말하느냐
혼자 오래 붙들고 있는 걸 성실함으로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기준을 하나 정해두세요. 같은 문제로 한 시간이 지나면 물어본다, 정도요.
한 시간이라는 기준은 문제의 크기에 따라 조정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기준을 미리 정해 두는 쪽입니다.
물어볼 때는 무엇을 시도했는지 같이 말합니다. 이것과 저것을 해봤고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식으로요. 그러면 상대가 답하는 데 1분이면 됩니다.
시도한 것을 정리하다 답을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어보려고 쓴 시간이 그대로 버려지지는 않습니다.
파일 정리가 실력으로 읽힙니다
레이어 이름, 오브젝트 이름, 폴더 구조. 이게 엉망이면 결과물이 좋아도 다음 작업을 맡기기가 꺼려집니다. 결국 누군가 그 파일을 열어야 하거든요.
프로젝트마다 네이밍 규칙이 있을 겁니다. 첫 주에 그 규칙 문서를 찾아 읽고 그대로 따르세요. 자기 방식이 더 낫다고 느껴도 일단 맞추는 게 맞습니다.
규칙 문서가 없는 팀이라면 기존 프로젝트 파일을 열어 이름 짓는 방식을 따라갑니다. 팀에서 이미 쓰는 방식이 곧 규칙입니다.
내 파일을 다음에 여는 사람이 나라고 생각하면 기준이 잡힙니다. 반년 뒤의 나는 지금의 맥락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흔한 실수: 피드백을 방어하는 경우
이 실수를 자주 봅니다. 수정 요청을 받으면 왜 그렇게 했는지부터 설명하는 거죠. 의도를 설명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순서가 문제입니다.
먼저 무엇을 고치라는 건지 정확히 확인하고, 그다음에 필요하면 의도를 말하세요. 순서가 반대면 상대는 설득당하러 온 걸로 느낍니다.
확인할 때는 고칠 대상과 범위를 말로 되짚습니다. 어느 컷의 무엇을 어떻게 바꾸는지까지 맞춰 두면 재작업이 줄어듭니다.
6개월 뒤에 남는 것
기술은 계속 바뀝니다. 지금 쓰는 툴이 3년 뒤에도 주류일지는 아무도 모르죠. 대신 남는 건 일하는 방식에 대한 평가입니다.
이 사람한테 맡기면 중간에 물어보러 온다, 일정을 지킨다, 파일이 깨끗하다. 이런 평판이 다음 프로젝트의 역할을 정합니다.
평판은 큰 사건에서 생기지 않습니다. 일정 한 번, 질문 한 번, 파일 한 번이 쌓여서 만들어집니다.
회사 규모에 따라 신입에게 기대하는 바가 다릅니다. 저는 몇 군데 사례로만 들어서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정리하면
첫 6개월은 실력을 증명하는 기간이 아니라 신뢰를 쌓는 기간이라고 봅니다. 실력은 그 뒤에 쌓아도 늦지 않습니다. 신뢰는 초반에 놓치면 회복이 오래 걸리고요.
쌓는 방법은 앞의 네 가지면 충분합니다. 일정을 지키고, 일찍 묻고, 파일을 정리하고, 피드백을 먼저 확인하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야근을 자원해야 평가가 좋아지나요
시간보다 결과가 기준인 팀이 대부분입니다. 습관적인 야근은 일정 추정이 부정확하다는 신호로 읽히기도 합니다.
Q. 사수가 없는 환경이면 어떻게 하나요
외부 커뮤니티에서라도 리뷰를 받으세요. 혼자 판단하면 방향이 굳어집니다. 질문할 때 시도한 것을 정리하는 습관은 똑같이 유효합니다.
Q. 잡무가 많은데 괜찮은 건가요
초반 몇 달은 흔합니다. 다만 6개월이 지나도 비중이 그대로면 한번 이야기해 볼 만합니다.
발행 · 빅픽처